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보리 기억공간

강아지 안락사

by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2022. 5. 25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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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랑하는 동생을 보내며

보리는 2022년 3월 12일 토요일 강아지 별로 떠났습니다.

2014년생, 몰티즈, 수컷.... 고작 8살이 된 창창한 나이었어요

그동안 감기 한번 걸리지 않았을 만큼 건강했던 아이라 아픈 게 믿기지 않았어요

중성화 수술을 했지만 전립선암 판정을 받고 보름도 되지 않아 안락사로 보내줬습니다.

수술을 하려고 2차 병원에서 예약을 잡고 결제까지 했습니다.

수술 30분 전 수술 집도의에게 수술 설명을 듣고... 과연 보리에게 이런 고통을 주는 게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

sub수술이라는 난도 높은 수술을 하게 되고, 복부 쪽이 아닌 골반쪽을 절제해서 통증이 더욱 클 것이고, 골반쪽을 절제하다 보니 한 달 이상은 다리가 벌어진 채 걷을 것이고, 수술이 치료의 끝이 아닌 시작이 되고, 앞으로 항암치료가 계속될 것이고,


사람도 견디기 힘든 암수술과 항암치료.. 를 말도 못 하는 작은 생명체에게 하려고 하니 못할 짓이다 싶었습니다.

결국 이주일의 휴가를 쓰고 보리를 보내주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했습니다.

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제 시간의 전부를 보리를 위해 보냈습니다. 먹는 걸 너무나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그동안 주지 못했던

닭가슴살, 고구마, 망고를 주고 매끼 특식으로 맛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

그 덕에 사료를 거부해서 5.3kg까지 빠진 몸무게가 6kg까지 돌아와서 정말 기뻤어요.

사랑한다는 말을 수백 번 하고, 미안하다는 말을 수백 번 하고, 그동안 있었던 우리 추억을 떠올리는 시간을 가지고....

처음에 빈뇨 증상으로 갔던 동네 병원에 안락사 예약을 하고 그다음 날 갔습니다

걸어서 15분 거리... 마지막으로 보리를 안는다는 생각에 안고 병원에 도착했고, 안락사 진행을 했습니다.


마지막으로 제 아들이자 동생이었던 보리에게 편지를 보냅니다..




우리 아까운 보리야 ~ 누나야
어제 너를 보내줬는데 아직 집 어딘가에 보리가 자고 있는 거 같아 방문을 열고 나가면 꼬리 치면서 누나한테 와서 다리 한번 핥아주고 갈 거 같아.
아직도 방에는 보리가 다 뜯어놓은 인형들이 있는데.. 네가 마시다만 물그릇도 아직 그대로 있어...


회사에 있을 때나 밖에 외출했을 때 집에서 보리가 누나 기다리니까 항상 집에 빨리 가고 싶었어. 항상 집에 우리 보리 볼 생각에 맨날맨날 설레는 발걸음으로 갔었는데 ㅎㅎ 잠깐 쓰레기를 버리고 와도 며칠 집 비웠던 거처럼 반겨주던 우리 보리.. 누나 삶에 네가 있어서 너무 다행이었고 네가 전부였는데.. 너무 보고 싶어 보리야 이불에서 땅 파는 보리 보고 싶다. 너 눈 고린내랑 발바닥 냄새가 너무 맡고 싶다


14년도 누나가 24살 때 와줘서 22년도 누나가 31살 때 강아지 별로 간 우리 보리
누나의 이쁜 시절을 보리가 함께해줘서 더 빛날 수 있었고 더 생기 있을 수 있었어
2개월 됐을 때 우리 처음 만났지
그때 솜뭉치 같던 너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해
너무 작아서 혹시나 밟지는 않을까 걱정하던 그때....
걱정과 달리 너무 잘 커줬어, 감기 한번 걸리지 않았고 힘이 너무 세서 미용하는 샵에서 보리한테 산삼 먹이냐는 소리까지 들었으니까 ㅎㅎ
그런 네가 이렇게 많이 아파지다니..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.. 수술하고 항암 해도 우리 보리 고생만 시킬 거 같아서 누나가 보리 보내주는 거 힘들게 결정했어.. 누나 너무 원망하지 말고 누나가 우리 보리 이뻐 한 기억만 가지고 가주라
누나 꿈에도 자주 놀러 오고.

내새끼 우리보리 너무너무 사랑해 평생 기억할게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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